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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운영 가이드 – 건방진 교사의 CPR, 2편

안녕하세요! 놀이대장입니다.

오늘은 학생자치 시리즈 그 2탄입니다. 아직 이전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꼭 1편을 먼저 읽고 오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학생자치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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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저의 건방진 자만과 그로 인해 예정된 대실패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모자란 지도교사인 저의 시선을 통해 왜 나의 학생자치가 실패했는지를 파악해보았습니다. 오늘의 글에서는 그간의 실패를 거울삼아 학생 자치를 되살려보려는 저의 노력을 적어보겠습니다.

1. 건방진 교사의 CPR, C

학생자치

학생 자치를 꽃피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자치를 바라보는 문화적인 인식의 변화였습니다. 학생을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교육 공동체를 이루는 일원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가. 학생회 워크숍

이러한 문화적 인식의 변화가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뤘던 것처럼, 저희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시한 것이 학생회 워크숍이었습니다.

학생자치
학생자치

저는 나름 간절했습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학생회 워크숍을 실시했습니다. 메인 주제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갖고 있는 위치와 주인으로서의 자세였습니다. 어찌보면 학생회 자체에 대한 교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회의 진행도 연습해보고, 학생 자치 운영 방안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 대표자 교육

그 이후 병행하여 실시한 것이 대표자 교육입니다. 저희는 작은 학교이다 보니, 어떤 학생이 차기 대표자가 될 지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습니다. 선거 자체가 무투표 당선으로 끝나는 것이 일상이었지요.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대표자는 역할과 사명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온라인 미팅이었습니다.

학생자치

대표자의 역할에 대한 교육, 대표자의 의무와 책임, 회의 진행에 겪게 될 어려움, 공약 이행 등 기초적인 교육을 실시하게 됩니다. 책임감을 불어넣고 나름의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올해 2023년 2학기 대표자들과는 방학 중에 하루를 잡아 워크숍을 별도로 진행했습니다.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런 교육들은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후 3편에서 다루게 될 성과 부분을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 자율동아리 활성화
학생자치
[ 학생 다모임을 통해 자율동아리 구성 회의를 진행하여 운영 ]

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맡아야 하는 역할이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힘을 주기로 마음 먹게 된 것이 자율동아리입니다. 이전부터 자율동아리는 운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 지도교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고, 각 교사들이 갖춘 장점에 맞춰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또 다른 수업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자율’동아리라는 취지에 맞춰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학교의 특성상 너무 많은 종류의 동아리가 만들어질 경우에, 한 동아리에 참여하는 학생의 수가 극도로 적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동아리들을 모아서 두 개의 동아리를 만들게 됩니다. 방송부와 놀이체육부입니다.

3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겠지만, 저는 이 자율동아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성장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주도적인 계획과 운영, 그리고 학교 문화로의 발전까지 이뤄냈습니다. 동아리가 창립된 이후 3년간 여전히 자율동아리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직전 방송부의 방송 주제가 겨울철 간식 먹방이었다는…)

2. 건방진 교사의 CPR, P

학생자치

학생 자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이를 지지할 정책적인 기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합니다. 저희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학생 자치의 성장과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셨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필요하고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가. 학생자치의 날
학생자치

학생회 운영에 가장 큰 문제점은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는 점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학교들이 그럴겁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실시하는 전교학생회의가 학생 자치의 전부일테니까요. 적어도 저희 학교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학생자치

매주 목요일 2교시에 학생 다모임을 운영하게 됩니다. 연습이 필요했던 초기에는 3~6학년 학생들만 참여했고, 지금은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생회의입니다. 매주 있는 이 시간이 학생 자치의 변화를 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포함되어 있던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교과 수업 시수까지 내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이런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절대적이고 든든한 지지자들이십니다. 큰 학교에서는 학년 단위의 학생회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교학생회가 잘 운영되려면 학년 학생회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학년 학생회가 활성화되려면 학급 학생회가 잘 운영되어야 합니다. 이는 분명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나, 그 효과만큼은 탁월합니다.

나. 띠앗(소집단) 활성화
학생자치

학생회에 이미 존재했던 띠앗이라는 소집단을 강화했습니다. 학생회의 진행 중 의견이 쉽게 나오지 않으면 띠앗별로 모여서 소집단 토의를 시작합니다. 띠앗은 6학년 띠앗장을 중심으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섞어서 운영합니다. 띠앗의 역할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학생자치

그 효과는 체험학습을 갔을 때 더 빛을 보였습니다. 각종 체험학습을 갈 때도 띠앗 단위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교사들도 덕을 많이 봤습니다. 형, 누나들이 동생들을 하나하나 챙기며 체험학습을 다녔습니다. 목이 마르다는 동생을 데려다 자판기에서 물을 뽑아주고, 뷔페 이용이 어려운 동생들을 위해 접시를 들고 다니며 음식을 받아주기도 했습니다. 넘어져서 우는 동생을 달래기도 하고, 체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기도 하고요. 숙박형 체험학습에서는 동생들의 잠자리를 봐주고, 씻는 것을 돕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서로를 함께하는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더욱 끈끈하게 이어지는 기회였습니다.

다. 영향력의 강화
학생자치

학교의 주요 행사에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합니다. 각종 체험학습에 학생회위원을 포함시켜 회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정식으로 체험학습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때 학생회 대표자를 포함시켰습니다.

학생자치

대표자들은 매주 실시되는 다모임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체험학습 일정 전반에 대한 내용을 학생들이 결정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은 제주도 수학여행 일정을 정하기 위해서 다모임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위원회 화상회의에서 결정한 것입니다.

이러다보니 저희 학교의 많은 행사들 앞에는 ‘학생회 주관’이라는 문구가 포함됩니다. 학예회 이름 정하기, 학생회 마스코트 만들기, 놀이의 날, 뒤뜰 야영, 띠앗 대항전 등 학생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여러 행사들이 생기게 됩니다.

라. 제도 개편
학생자치

가장 먼저 했던 일 중 하나가 제도적인 개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쓰고 있던 선거 세칙이 다소 큰 학교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터라 크기가 작은 저희 학교에 적용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과 다모임을 통해 선거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썼습니다. 이후 추가적인 개정이 이뤄지며 전교학생회 임원선거의 실시 시기가 조정되었고, 6학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전교 회장 피선거권이 5학년까지 확대되게 됩니다. 실제로 2021년 2학기, 2023년 2학기 전교 회장은 5학년입니다.

학생자치

이런식으로 선거 세칙이 지속적으로 개정하다보니 얻게 된 가장 큰 효과는 전교 회장 내정자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선거 운동에 대한 나름의 열기, 후보자 유세 등 선거의 과정들이 바로잡히게 됩니다. 또한 선거를 출마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났는데, 2022학년도 1학기 선거에서는 피선거권을 가진 14명의 학생 중 6명이, 2023학년도 2학기 선거에서는 피선거권을 가진 18명의 학생 중 9명이 선거에 출마합니다.


학생 자치의 성장을 위한 어설픈 나름의 노력을 담아보았습니다.

학생 자치를 지도하는 교사가 갖춰야 하는 덕목은 아마도 믿음일 것입니다.

쏟아내는 노력에 비해 이뤄지는 것들이 눈에 쉽게 보이지 않거든요.

하지만 장담합니다.

교사가 지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결국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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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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