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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운영 가이드 – 건방진 교사의 CPR, 완결

안녕하세요! 놀이대장입니다.

오늘은 저의 학생자치 시리즈 완결편입니다. 아직 이전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꼭 1편과 2편을 읽고 오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건방진 자만에 의한 대실패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저 나름의 노력이 담겨있습니다.

오늘은 실패와 성찰, 그리고 고민을 바탕으로 변화된 저희 학교의 학생자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그러하듯 한 달에 한 번 있는 전교학생회의가 학생자치의 전부였던 학교의 변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1. 건방진 교사의 CPR,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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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R의 마지막 단계, R(Rank-up)입니다. 이전 글에서 다뤘던 C(Culture 문화적 변화)와 P(Policy 제도적 변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학생회의 진화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학생회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활동들이 핵심이 되는 단계입니다.

가. 각종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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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주관의 공모전이 여러 차례 실시되었습니다. 시작은 학생회 마스코트 공모전이었는데, 학생들이 마스코트 제작 및 선정을 전적으로 맡았습니다.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은 다방면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그림에 보이는 텀블러나 방송국 섬네일 등에 사용되었습니다.

단체티 공모전도 진행되었습니다.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을 활용하여 2022학년도 1학기에 실시되었던 서울 수학영행에서 실제 티셔츠로 제작되어 학생들이 단체복으로 입었습니다.

벽화 사업도 진행되었습니다. 벽화는 공약사업이기도 했는데요, 위엔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의 사진을 올려봤습니다. 현재는 완성되어 학교의 포토존이 되었어요. 벽화사업을 진행하는 것에는 선생님들의 도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디자인부터 실제 그리는 것까지 모두 아이들의 손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선생님들께서 옆에서 아이디어를 주시고 마무리 터치를 해주셨습니다.

나. 학교의 자랑, 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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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학생 온라인 방송국의 여러 방송 리스트와 방송 장면 일부입니다. 방송 링크를 공유해드리고 싶으나, 아이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그럴 수가 없네요.

방송국은 학생들이 원하는 종목을 모아서 하나로 만든 자율동아리입니다. 동화구연, 학부모 퀴즈대회, 학생 노래대회, 먹방, 악기 연주회 등 매주 수요일 다양한 컨텐츠들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방송 링크가 정해진 시간에 학부모님들께 발송되지 않으면 학교로 전화가 오고는 합니다. 그만큼 학교 구성원들이 사랑하는 학생들의 문화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었을 때 이 방송국이 중심이 되어 학교의 각종 행사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약 10여명의 학생들이 컨텐츠 구상부터 방송 송출 세팅, 실시간 방송 송출, 프로그램 진행 등 교사의 도움 전혀 없이 아이들끼리 유튜브로 생방송을 송출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습니다.

다. 마플샵과 학생 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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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공모전으로 만들어진 마스코트를 메인 캐릭터로 하는 온라인 판매점 마플샵입니다. 각종 학생회 주관 행사에서 경품으로 마플샵의 물건을 제작하여 선물하기도 합니다. 아까 위에서 보신 텀블러도 여기에서 제작된 상품입니다. 현재도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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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00(지역이름)전’을 발행하여 실시하고 있는 학생 매점입니다. 매점은 학생회 주관 사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업무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지도해주시고 현재는 학생회에서 운영 직원을 선출하여 학생들이 직접 운영했습니다. 예산의 문제로 인해 매점 문이 닫았다가 올해 2학기에 다시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두 번째 보이는 이동식 간식 매점은 학생회 대표자의 공약 사업 중 하나로, 학생회가 주도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이동식 매점이 운영할 당시에는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매점 카트가 지나가지는 않을지 많이 기다렸습니다.

라. 놀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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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동아리 중 놀이체육 동아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놀이의 날입니다. 학생들이 주도하여 만드는 행사로, 보통 1~4교시 혹은 1~6교시까지 진행되며, 다루는 장르도 정말 다양합니다. 체육뿐만 아니라, 각종 장기자랑, e-스포츠, 민속놀이, 퀴즈대회 등으로 프로그램이 채워집니다.

프로그램의 구상 및 운영은 모두 전교학생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심지어는 학생들이 안전을 책임질 교사 한 명을 제외하고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행사의 진행을 모두 학생들이 합니다. 보통 학생자치 지도교사인 제가 남고 다른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업무를 하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놀이의 날은 수업 시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저희 선생님들께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으며, 매 학기마다 1~2회 정도가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2. 학생자치 시리즈를 마치며

안타깝게도 학생 자치 지도에는 만능키가 없습니다. 학교마다 그 규모나 학생들의 성향이 다르고, 학교를 구성하는 교직원들과 학부모가 학생회를 바라보는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이래나 저래나 학생자치가 살아있으려면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주인으로서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학생 자치 지도를 잘 하는 교사는 학생들이 깨어있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교사로서 저의 좌우명은 ‘아이들은 언제나 옳다’입니다. 문제 상황이 발견되었을 때 그 원인을 학생 자체에서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는 저 나름의 원칙입니다.

학생자치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원인은 보통은 외부에 있습니다. 저의 학교의 경우에는 그 문제의 원인이 문화적인 측면과 정책적인 측면에 있었지요. 최대한 그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 쉬운 것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실패를 겪은 제가 학생자치를 되살리겠다고 마음을 먹고 난 뒤에는 거창한 욕심 때문에 많이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의욕만 잔뜩 앞서고, 실패하며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지요. 그 동안 학생자치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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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하자! 선생님은 기다려줄게!

아마도 초등학교의 학생자치에 가장 어울리는 말은 ‘시나브로’일 것입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저희 아이들은 확실히 변했습니다. 최소한 학교의 주인이 누구냐는 물음에 예전처럼 교장선생님이나 교육청을 이야기 하지는 않거든요. 이제는 학교의 주인이 학생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또 앞으로 저희 학생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학생회에서 뭐가 하고 싶다고 덤벼들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도 교사인 저는 조력자일 뿐, 결국 결정은 학생들이 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조만간 있을 학예회 현수막도 학생회에서 제작했군요. 공모전이 진행되었는데, 공모전 상품은 현수막을 집에 가져가는거랍니다. 나름 의미가 있으려나요?

여튼 저희 아이들은 저의 처음 걱정과는 달리 무척이나 잘 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조금은 불완전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열정적인 주인의 모습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조금씩 커가는 그들의 뒷모습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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