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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비상! 알파세대의 문해력 저하 – ‘개선이 무슨말이에요?’

안녕하세요! 초등교사 놀이대장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교사로서 현직에 있으며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문해력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교직 경력 10년. 대단히 긴 시간도 아닌데요, 그 시간 동안 가장 크게 체감되는 문제 중 하나는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문해력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점입니다. 생각보다 정말 심각합니다.

문해력 저하

1월 8일, 한겨레에서 비슷한 뉴스를 낸 적이 있습니다.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을 의미하며, 현재 초등학생들은 모두 알파세대에 포함됩니다. 아래에는 제가 겪었던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현재 알파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해력 문제를 살펴보고, 그 개선점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1. 문해력 저하 상태가 이 정도라고…?

“이런 부분은 좀 개선해보자.”
“선생님! 개선하자는게 무슨 말인가요?”
“…? 개선하다 몰라?”
“네, 몰라요.”
“혹시 개선하다 아는 사람 손 들어볼래?”
– 침묵 –

위의 대화는 제가 2022학년도에 5학년 학생들을 맡았을 때 실제로 겪었던 일입니다. 5학년 맞습니다. 5살 아닙니다. 교실에 있었던 5학년 학생 중 아무도 ‘개선’이라는 단어를 비슷하게나마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 없었던 것입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가장 큰 어려움을 주는 것은 놀랍게도 문해력이 아니라 어휘력입니다. 영어 아니고 한글 어휘력이요.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시간이 갈수록 단어의 뜻을 잘 모릅니다.

문해력은 더욱 심각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는 손쉽게 풀어내던 학생이 문장으로 수학 문제를 주면 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현재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수업을 이끌어갈 때 어려운 단어를 피하고 쉬운 단어로 풀어서 문장을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 진행 자체가 안됩니다.

초등학교 수업은 40분씩입니다. 그 40분 동안 한글 단어 공부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에 제가 가져온 뉴스 타이틀만 봐도 감이 오시지요? ‘비교’라는 단어를 몰라서 질문을 하고, 교사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고 설명을 합니다. 초등학교의 흔한 수업 시간입니다. 초등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학교 수업도 비슷합니다. 궁금하시면 아래에 첨부해드릴 영상을 살펴보세요.

국제학업성취도(PISA)의 최근 지표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읽기’ 분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2009년 5.8%에서 2022년에는 14.7%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0년 이후 학생들의 문해력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진 것을 보여줍니다.

상황이 이렇게나 심각합니다. 교육 현장이 어휘력 및 문해력 향상에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모든 초등학교에서는 기초 문해력과 수해력 등, 모든 학습에 기본에 되는 영역을 학교 교육과정에 기본적으로 편성해두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장에 저희 학교에서는 전문가까지 초빙하여 학생 문해력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3RS라 하여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를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관리까지 합니다. 교육과정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초등학교는 단언컨데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점이 갈수록 도드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에서 한 번 그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원인은?

문해력 저하
  • 스마트폰

제가 꼽는 원인 그 첫 번째는 스마트폰입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플랫폼은 틱톡, 유튜브 숏츠 등 짧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 영상물의 특징은 짧은 시간 안에 간결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 혹은 내용 없이 눈이 즐거운 컨텐츠로 독자들을 끌어온다는 것입니다. 읽는 것, 이해하는 것과는 정 반대편에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러한 주장은 아주 큰 설득력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문해력이 서로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거든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글이라는 것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평적인 이동을 하며 컨텐츠를 읽어 내려갑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틱톡과 유튜브 숏츠 등은 아래에서 위로 스크롤하며 컨텐츠를 즐기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정적인 컨텐츠의 매우 약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보니 때때로 문해력이 낮은 학생이 난독증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두 문제를 가진 학생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글을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난독증과 문해력 저하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그렇게 오해를 받을만 합니다. 전 실제로 2013년에 초임지에서 난독증을 가진 학생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는데, 그 학생은 글을 읽어 내려가는 중에 다른 글자들이 위로 떠올라 글을 읽는 것을 매우 어려워 했었습니다. 받침이 날아가서 없어진다거나, 다른 글자가 생긴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겪었습니다. 엄연히 문해력이 낮은 것과 난독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문해력 저하
  • 코로나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수 년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했습니다. 그 중에는 언어와 어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있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그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한글의 어휘의 발달을 위해서는 입모양 또한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은 방해를 받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 한자교육
문해력 저하

과거에 비해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이전에 비해 한자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말에서 한자가 가지고 있는 비중은 매우 큰 편입니다. 위의 표는 국립국어원에서 밝힌 자료입니다. 한자가 영향을 미치는 언어의 비율을 따져보면 대략 전체의 50% 정도입니다. 한자 교육의 인기가 다소 떨어지다 보니, 어휘력 습득에 있어서 과거에 비해 조금 어려움을 겪는 듯 합니다.

  • 언어에도 세대차이?

언어에도 세대간 차이는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자주 쓰였던 말이지만, 현재에 와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흘, 나흘 등의 표현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사흘이라 하면 4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언어도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표현들이 있기 마련인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그 주기가 조금 앞당겨진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듯 싶습니다.

3. 해결책은?

  • 스마트폰을 피해라!

이러한 문해력 저하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요,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아무래도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가득한 세상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더 심하게 겪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스마트폰과 관련한 법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문해력 저하

대만에서는 어린 아이에게 핸드폰을 시청하도록 할 경우 벌금을 내는 제도를 2015년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통과된 ‘아동·청소년 복지 권익 보호법’에 적혀있는 내용입니다.  프랑스 하원은 2018년 3∼15살 학생들의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디톡스’ 법을 시행했습니다. 미국에는 별도의 스크린타임 관련 규제가 없지만, 소아과 전문의 협회 ‘소아과학회(AAP)’에서 발표한 스크린타임 가이드라인이 그 기준점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아과학회는 18개월 이하 영유아에게는 스마트폰 등의 스크린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아야 하고, 18∼24개월 영유아의 경우 가급적 좋은 영상물을 보여주되 부모가 함께 봐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문해력 저하
  • 기본은 독서

당연하게도 독서는 어휘력과 이해력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글을 읽고,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하여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해가는 과정이 독서라고 생각한다면, 그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종 ‘학습 만화’가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저는 3학년 아이들을 맡아서 지도했었는데, 제가 가르친 학생 중 한 명은 평소에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하루에 책을 몇 권씩이나 읽는 학생인데, 어휘력이나 이해력, 배경지식은 책을 하나도 읽지 않는 다른 친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이 학생은 평소에 ‘학습 만화’만 읽는 편입니다. 책이 잘 팔리려면 ‘흥미’를 끌어야 하고, 학부모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좋아보여야 하기에 학습 만화는 좋은 선택지가 되고는 하는데요, 어휘력과 이해력 신장에 있어서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오프라인 활동

스마트폰과 정 반대로 아이들의 오프라인 활동을 늘려야 합니다.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고 접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경험에서 가장 많이 배웁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활동을 장려하고 확대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을 직접 마주하고 생각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문해력 저하
  • 자녀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모의 모범적인 행동입니다. 흔히 자녀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라 합니다. 교사 생활을 하며 이 부분을 비켜가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독서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신 적이 있는지요?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지라 말하면서 정작 부모는 스마트폰 세상에서 살고 계시지는 않으신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 말씀하시기 보다는 아이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큼 아이에게 훌륭한 교육의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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