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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행정의 표본, 늘봄학교 1편(공간의 문제)

안녕하세요! 놀이대장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평소와는 달리 조금 무거운 내용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바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늘봄학교입니다. 근래에 각종 언론에서 연일 보도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늘봄학교의 도입으로 얻게 되는 득과 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교사들은 왜 늘봄학교를 반대하고 나서는 것일까요? 현장에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저의 생각을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본 글은 시리즈로 작성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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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늘봄학교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뉴스 메인 타이틀에서도 볼 수 있는 것 처럼,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서 돌본다는 내용입니다. ‘늘 돌본다’는 의미에서 ‘늘봄’입니다. 겉에서 이름만 봐서는 참 좋은 정책처럼 보입니다. 믿을 수 있는 학교, 그리고 선생님들 손에 아이들을 맡긴다. 참 좋아보입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우선 늘봄의 이전 버전인 ‘돌봄’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초등 돌봄은 현재 대략 30만 명의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입니다. 수업이 끝난 이후부터 가정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기본적으로는 맞벌이 부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입니다. 하지만 실상 운영은 전혀 다르게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학교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모든 1~2학년 모든 학생들이 돌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늘봄학교, 공간이 없다.

돌봄교실 운영에서부터 이미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공간 확보의 문제입니다. 현재 돌봄은 전용교실, 겸용교실,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 등 운영 방식이 다양한데, 많은 학교들이 돌봄 교실 운영만 해도 공간 부족 문제로 아이들이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며 생활을 하게 됩니다. 특히 아주 교실이 부족한 경우에는 일반 교실을 이용하게 됩니다.

늘봄학교

만약 참여 인원을 대폭 확대한 늘봄 교실이 학교에서 시행된다면 당장 공간 확보의 문제부터 발생할 것입니다. 교육부는 이러한 걱정에 대해 별 문제가 없고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처럼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하지만 반박 자료를 잘 읽어보시면 이미 그 늘봄학교의 헛점을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2시간 이내의 초등학교 1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은
담임선생님들의 협조하에 일반학급을 이용하고,
이에 대응하여 교원 연구공간 확충, 학급환경 개선 등을 추진합니다.

위의 내용은 교육부의 반박 자료를 띄어쓰기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당장 공간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교육부가 알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부터 도입인데, 일반학급을 이용하고 이제야 연구 공간 확충과 학급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 상태로 늘봄이 도입되면 일반학급을 사용하지 않고 공간을 확보하는 것 불가합니다. 교육부의 반박 자료를 더 읽어보겠습니다.


학교 안 공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학교 밖 지역사회 교육자원을 적극 활용합니다.
거점형 늘봄학교*를 구축하여, 인근 과밀학교의 초과수요 문제를 해소하고,
대학의 유휴공간과 지자체 체육시설, 문화·예술 시설, 박물관, 도서관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도 다채로운 교육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 거점형 늘봄학교 수(개) : (’23년) 7개 → (’24년목표) 16개 → (’25년목표) 21개 → (’26년목표) 26개 → (’27년목표) 31개

요약하자면 중심이 될 학교를 지정해서 늘봄학교를 실시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한 학교들의 학생을 몰아넣겠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공간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자기 학교도 아닌 곳에서 낯선 애들과 몽땅 함께 모여서 저녁 8시까지 시간을 보낸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교육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공간이 없는게 뭐가 문젠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육 전문가인 초등교사들은 걱정합니다.

  • 아이들이 이동하는 차편은 어떻게 될까요?
  • 거기에 필요한 예산 확보는 되어있을까요?
  • 식사는 어디서 가져오게 될까요?
  • 교육적인 프로그램이 채워질까요?
  • 교육은 믿을만한 분들이 담당하실까요?
  • 지금의 돌봄 교실처럼 아이들이 앉아서 TV나 유튜브를 보고 있지는 않을까요?
  • 학교 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 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 깜깜한 저녁일텐데 외부 인원의 출입은 어떻게 막죠?
  • 이렇게 준비 없이 급하게 1년이나 당겨서 도입하는 이유가 뭔가요?
  • 교실을 내주게 되면 교사들은 어디서 업무를 해야 할까요?

.

.


그것보다도…
늦은 저녁까지

학교에 남겨진 아이가
우울해 하지는 않을까요?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게

가족 자랑인데…

.

.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역사에 유례가 없는 출산율 저하를 겪고 있습니다. 올해 합계 출산율 전망이 0.68명이더군요. 이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면 오로지 뛰어난 인적 자원만 가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은 결국 고꾸라지고 말겁니다. 해외 저명 인사들이 한국의 상황을 보고 이미 국가가 망했다고 하기도 하더군요. 이러한 시점에서 교육부가 하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애 봐줄테니 많이 낳으세요!
아이 키우는거 별거 아니겠지요?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애는 8시 이후에 집에 가셔서
잠깐 보면 되니까요.

너무나 폭력적인 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생님을 데려온다 해도 절대 교사는 부모의 영역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필요합니다. 부모가 일찍 퇴근하여 아이와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텐데, 늦은 저녁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맡겨’두고 8시에 찾으러 오라는 말처럼 들려서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아동 학대입니다.

일부의 학부모님들께서는 늘봄을 정말 반기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적인 특성상 퇴근 시간이 늦을 수 있고, 또 교대 근무 등의 이유로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곳이 생긴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니까요.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 고민이신 분들도 계실테고요. 그런 이유는 저도 정말 합당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봄이 절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육아시간을 쓰는 문화와 제도만 정착되어 있어도 그러한 문제들은 많이 해소될 테니까요. 육아시간 적용 연령을 늘리는 것도 좋은 제도이리라 생각합니다.

공간과 교사?

공간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저 같은 교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제는 많이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교사들의 업무는 고유 업무인 수업으로만 끝나지 않으며, 아이들의 하교 이후에는 각종 업무를 몰아서 처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업무의 양이 상당합니다. 당장에 저의 경우만 하더라도 2023년도 1년 동안 접수하고 기안한 공문이 800건을 넘어갑니다. 공람 되어 확인해야 했던 공문까지 더하면 1,000건은 우습습니다.

늘봄학교

하지만 교실을 돌봄에 내주게 되며,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발생할겁니다. 만약 저도 돌봄에 교실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가정에 돌아와서 업무를 하던지 야근을 했어야 했을 겁니다. 아마 어딘가에서는 그렇게 업무를 처리하고 계신 선생님들이 계셨을 것입니다.

공간의 부족은 결국 업무의 공백을 의미합니다.

학교의 업무 대부분은 ‘업무포털’과 ‘나이스’이라는 특수한 사이트에서 이뤄집니다. 그리고 업무포털은 학교 외부 PC로 구동을 할 경우에 각종 보안프로그램 설치로 인해 엄청나게 무거워지게 됩니다. 컴퓨터를 잘 못 다뤄서가 아닙니다. 그냥 프로그램 자체가 엄청나게 무겁습니다. 그래도 남들에 비해 나름 컴퓨터를 좀 만지고, AI융합교육 관련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제가 사용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교육부에서 2,800억이나 들여서 새로 만들었다는 ‘지능형’ 나이스는 오류가 얼마나 많은지…특히 각종 보안프로그램에 얹어지면 에러가나고 튕기기 일수입니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의 별명이 ‘저능형’ 나이스입니다.


해당 사이트들을 비교적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필수적으로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인터넷 선을 ‘유선’으로 연결한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교실을 비워야 한다는 것은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의 홈그라운드를 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업무 효율이 반의 반토막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열심히 작성했던 공문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경험을 여러 차례 겪어봤습니다. 정말 흔하게 일어납니다.

늘봄학교 시리즈 1편을 마치며

학교는 보육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입니다. 교육과 보육은 엄연히 다르며, 구분되어야 합니다. 당장에 담당 부처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나뉘어있으니까요. 하지만 벌써 열심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유보통합입니다. 교육과 보육을 일원화하여 교육부가 담당한다는 내용이 포인트입니다.

결국은 보육과 교육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입니다. 보육과 교육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게 될 현상이 공교육의 질 저하일겁니다. 늘봄을 시작으로 그 범위가 학교까지 확대되면 결국은 ‘교육’보다는 ‘보육’에 매진하는 곳이 될 겁니다. 안전제일주의, 무사안일주의는 천천히 공교육을 잠식해 나갈겁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우리 아이들이 보게 되겠지요.

교육과 보육은 모두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아예 다릅니다.

교육이 식사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보육은 아이가 밥을 제 때 먹게 해주는 것입니다.

교육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보육은 자전거를 타다 다치지 않도록 살피는 것입니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합니다. 10년 앞을 보려면 나무를 심고, 100년 앞을 보려면 사람을 기르라 했습니다. 교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현 시점의 내용들이 정말이지 무겁게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이 걱정됩니다. 저는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오죽하면 부모님께서 농담이셨겠지만 대학생 되면 결혼하고 애도 낳으라고 하셨을까요.

오늘은 충분한 논의 없이, 마구잡이로 실시되는 늘봄학교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아직 할 말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네요. 다음 시리즈에서는 ‘인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뉴스로 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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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니 함께 발표된 내용입니다. 70대 기간제 선생님들이 학교로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물론 뛰어나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연령 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서 함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아래 섬네일을 클릭하시면 2편으로 넘어갑니다.

늘봄학교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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