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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늘에는 검은 나비와 무지개가 있었다.

9월2일. 막내선생님의 49재를 코앞에 둔 그 시점. 국회 앞 광장에는 검은 점이 가득했다. 추모를 위해, 교권의 회복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 많은 하나의 점들이 국회 앞 광장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모인 30만. 집회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는 35만에 가까운 인파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었다. 먹먹한 마음을 품고 나 역시 아내와 함께 서울길에 올랐다.

무거운 마음을 품고

일찍 잠에 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무거운 마음, 깊이를 알 수 없는 죄책감. 지금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선배 교사로서 느끼는, 그리고 느껴야만 하는 중압감이 나를 누르고 있었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보내다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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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사는 시골쥐라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했다. 집에서 나선 시간이 5시 30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둠의 시간이었다. 광주에 거주하지만 인디에서 추진해주신 버스를 신청하지 못해 전라남도교육청에서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이른 시간부터 움직여야만 했다. 괜찮았다. 몸이 고된 것이 오히려 나의 마음을 편하게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점점 흐르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어둠이 걷히고 세상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그랬다. 오늘을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어둠은 결국 밀려나고 밝음이 세상을 채우게 된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자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아침은 언제나 온다. 우리 교사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거리가 거리인 만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시로 인디를 들어가서 상황을 살피려 했으나 쉽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디도 거의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은 점은 나 뿐만이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수 많은 검은 점들이 국회 앞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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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찍 출발한 덕분에 일찍 도착해서 2구역 맨 앞쪽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날이 무척이나 더웠다. 검은 옷을 입으니 당연히 몸은 더욱 뜨거웠다. 땀이 흘렀다. 그래서 좋았다. 간사한 나라는 인간은 속죄의 시간을 갖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전날 밤부터 나를 짓눌렀던 죄책감과 중압감이 덜어지고 있다고 착각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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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그곳에 모여 한 목소리로 외쳤다. 철저한 진상 규명. 교권 회복을 위한 이야기들. 그 어떤 음향장비도 없이 주변에 메아리쳐 공간을 가득 채웠다. 절규에 가까운 외침.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선생님들. 옆에서 엉엉 울고 있는 나의 아내까지. 우린 그곳에서 분노했고, 주장했고, 울었다.

그날 하늘에는 검은 나비와 무지개가 있었다.

맑고 맑았던 그날의 하늘에 검은 나비가 날아다녔다. 제비나비였다. 칠흑처럼 까만, 그래서 더 눈부시게 빛나는 제비나비였다. 막내선생님이 선배들의 모습을 보러왔을까? 잘 하고 있는지 살피러 왔을까? 그 나비는 집회장 주변을 계속 날아다녔다. 집회가 마무리될 때 까지 주변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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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잘 마무리되고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다. 참 이상했다. 비가 온 뒤도 아니었다. 맑고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고생했다는 응원이었을까. 서로 웃으며 다시 만나길 바라는 염원이었을까. 무지개를 바라보며 선생님들은, 그리고 막내선생님은 치유받았을까. 무지개를 보며 우는 선생님. 사진을 찍는 선생님.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 그들의 마음은 달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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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전라남도교육청까지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바로 선생님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목포 12번 버스. 그래도 작지는 않은 키를 가지고 있어, 깃발맨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깃발을 높이 들고 길을 나선다. 인파가 밀려 걷는 시간이 길어지고, 꽤 오래 들고 있다 보니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괜찮았다. 오히려 신이 났다. 나는 마음 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던, 무거웠던 숙제를 조금이나마 내려놓았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버스까지 걸으며 또 다른 먼 지역에서 오신 선생님들께 고생하셨다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모두가 교육을 고민하시는 분들이고 나와 같이 마음의 짐을 지고 계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에 동질감이 느껴졌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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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교육청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저녁 10시 30분 경. 하늘엔 밝고 밝은 달이 떠 있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설 때 마주했던 해도 뜨지 않은 어둠의 시간과는 달랐다. 또 다른 어둠의 시간이었지만 세상은 밝았다. 밝게 빛나는 달. 도심을 빛내는 가로등, 아파트 형광등, 가게들의 네온사인 간판. 작고 작은 빛들이 모여 어둠과 싸우고 있었다. 그랬다. 어둠의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았다. 언제나 상대적이었던 것.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내고 있는 점들은 세상을 다르게 만들 수 있었다.

우리의 현재도 똑같다.

어둠의 시대. 통곡과 슬픔의 시대. 이러한 시대를 이겨나갈 수 있는 것은 밝은 빛을 내는 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현재는 바꿀 수 있다. 해도 뜨지 않은 어둠의 시간. 길을 잃어가는 우리의 교육을 지키기 위해 우린 불을 켜야 한다. 우린 우리의 힘을 보았고 가능성을 보았다. 이제 남은 숙제는 지치지 않는 것. 끝까지 가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을 위해 함께하는 선생님들과 먼 길을 떠나야겠다. 절대 다수의 선한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때까지 말이다.

집회를 다녀오고 코로나를 얻었습니다. 글에 두서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래 글에서는 놀이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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